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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논문이란 작은 기업은 접근할 수 없는 논문을 말한다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11.26

  • 조회수

    263

SCI논문이란 작은 기업은 접근할 수 없는 논문을 말한다
(SCI means that “Small Companies are Inaccessible to it.”)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황진환 교수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의 하나는 기업과 사회가 쉽게 최신 기술과 혁신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주변 환경은 썩 넉넉하지 않은 것 같다. 세계 대학 석차 매기기가 해마다 반복된다. 초등학교부터 석차 매기기에 일희일비하도록 교육을 받아서 무엇이든 등수로 나와야 성이 풀리는 우리한테는 대학 순위 발표가 날 때 너무나 기다려지는 일이다.
 
QS 랭킹, USWORLD NEWS 등에서 순위를 국제적으로 매기고 국내에서도 학교의 등수를 열심히 매겨서 친절하게 해마다 발표를 해줌으로써 사실상 대학의 운영진은 자신들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해서 반성도 하고 칭찬도 받는 가 보다. 이런 등수가 학생들의 입학 성적과 직결되다 보니 학교 차원에서는 당연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을 것이다.
 
대학평가에서 등수를 매기는 데 중요한 지표는 SCI논문과 이것의 파급효과를 개량화한 지표가 많이 사용되고, 각종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서 과제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도 이 SCI논문이 바탕이 된다. 그러다 보니 SCI라는 논문을 중심으로 해서 또 등수를 매겨서 점수화 시켜서 대부분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교수와 연구원을 채용한다. 당연히 대학원을 마치고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곳에 가려면 이 SCI 논문을 많이 써야 한다. 지속적인 논문 개수의 인플레이션이 생겨서 내가 교수로 처음 임용될 때보다 4-5배이상의 논문이 있어야 괜찮은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모양이다. 거기다 인용수라는 것도 봐서 이제는 외국 사람들이 많이 봐서 인용해주는 논문을 써야 한다. 그래서 나를 비롯해서 특히 이공계 연구자들 모두가 열심히 SCI논문을 쓰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와 국가의 순위를 위해서 열심히 SCI논문을 쓴다.
 
이렇게 쓰여진 논문들은 거대 해외 플랫폼을 통해서 뿌려지게 되고, 그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서 논문 출판 플랫폼은 막대한 돈을 거두어 간다. 심한 경우 논문 하나를 출간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3-4백만원이 될 때도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하나의 대학에 연간 10억 이상의 구독료를 요구하는 듯하다. 우리가 돈을 내서 출판하면 다시 우리가 돈을 내서 사봐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플랫폼에 접근할 수 없다면 논문을 구하는 데 꽤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기에 보지 않게 된다.
 
대기업의 정책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많은 국공립 연구소와 작은 규모의 대학들은 쉽게 모든 플랫폼에 접근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대학과 연구소 뿐만 아니라, 실재 새로운 기술적 발견과 혁신적 해법이 빠르게 산업과 정책에 이용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에 있어서 우리나라 R&D 결과는 쉽게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영문으로 된 논문을 읽을 시간도 없지만, 그 비싼 플랫폼을 구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과학적 기술적 성과의 대부분이 외국 플랫폼에 올라가서 정작 우리나라 산업계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 차라리 SCI논문을 쓰지 않았던 때에 많은 좋은 기술적 성과가 국내에 한글로 된 논문으로 소개되지는 않았을까?
 
현장과 괴리가 되가는 학문, 그 괴리를 만드는 것은 과도한 석차 중심의 학교 평가와 연구결과의 SCI 중심의 평가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핑계를 대본다. 적어도 공학분야에서만이라도 국제적 명성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함께 국내 산업에 빠르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적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현장에서 SCI가 의미하는 것은 “Small Companies are Inaccessible”이다. 과도한 SCI 숭배가 국가 과학기술과 산업의 연계를 저해하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볼 시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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