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사람이기보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되세요” ㅡ 2025년 스승의 날 근정포장 수상자, 전기정보공학부 박세웅 교수 인터뷰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25.05.27
조회수
278
“뛰어난 사람이기보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되세요” ― 2025년 스승의 날 근정포장 수상자, 전기정보공학부 박세웅 교수 인터뷰
▲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박세웅 교수
지난 5월 15일 열린 교육부 주관 제44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박세웅 교수님이 근정포장(勤政褒章)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셨습니다. 박 교수님은 학생이 유능한 인재보다 ‘함께하고 싶은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시고, 소득의 2%를 기부하는 등 공동체 구성원 교육에 기여하신 공로로 이 상을 받으셨습니다.
박 교수님은 서울대 전기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이후 AT&T 벨 연구소 근무를 거쳐 1994년 모교의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부임하신 후, 30년 동안 교육과 연구의 외길을 꿋꿋이 걸어오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정보화본부장, 한국통신학회회장, IEEE ComSoc Asia-Pacific Director(전기전자공학자협회 통신분과 아태지역 의장)을 역임하시며 모교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힘써오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IEEE TWC/TVT 저널과 IEEE Network Magazine의 편집인을 맡고 계시며, 국내 최고의 석학 단체인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십니다.
이번 근정포장 수상을 계기로 교수님을 직접 만나, 지난 30년 동안 견지하셨던 교육에 관한 신념, 특별히 기억나는 제자와의 일화, 지금 학교에서 열의를 갖고 노력을 쏟고 계신 일 등 궁금했던 이야기를 청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Q. 박세웅 교수님, 다시 한 번 근정포장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교수님께서 1994년 강단에서 교편을 잡으신 이후 30년 동안 길러내신 제자들에게 일관되게 강조하신 삶의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뛰어난 사람이 아닌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되자’입니다. 누구나 모두가 원하는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함께하고 싶은 '좋은 사람'이 되는 건 현실적으로 손해라 생각해 굳이 그 길로 가지 않아요. 함께하고 싶은 사람의 삶을 택하면 실제로도 손해를 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이것이 참된 리더십이라고 봐요.
얻은 것을 나누고 부족한 사람을 돕다 보면, 때로는 내가 능력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도 날 도와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용하려는 사람이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주변에 있기에 어느 순간 우리 마음 속에 큰 기쁨이 생겨요.
내가 가진 게 없어 남에게 줄 것이 없다고 여기면, 평생 가난하고 불쌍하게 삽니다. 그러나 주는 순간부터 부자가 됩니다. 그리고 부자의 마음으로 살면 여유로움이 생기고 내면의 기쁨이 커지기 마련이죠. 나아가 그만큼 우리 주변을 밝고 즐겁게 만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사람이 아닌 함께하고 싶은 사람의 삶은, 이미 넉넉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Q. 교수님께서는 2010년과 2024년 서울공대 우수 강의 교수상, 2014년 우수 업적상을 수상하신 바 있습니다. 이처럼 학생 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 많은 노고를 기울이셨는데, 특별히 기억하시는 제자와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서울대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에요. 당시 학부 수업에서 학생의 휴대폰이 울리면, 강의실 뒤에서 몇 분 동안 서있게 하는 벌을 줬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벌을 받으러 뒤편으로 가서도 친구의 전화를 받더니, 아예 친구와 놀러 강의실을 나가버린 거예요. 그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었죠. 고심 끝에 그 학생을 따로 부른 후, 혼내는 대신 부드럽게 타이르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어요. 그 덕분인지 나중에 이 학생이 유학길에 오를 때 제가 추천서도 써줬고, 진로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내릴 때마다 같이 고민하는 좋은 관계를 쭉 이어나갔죠. 몇 년 전에는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서, 이제는 동료 교수로서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전기정보공학부에는 교수님께서 센터장을 맡고 계신 'e생생 학생센터'가 있습니다. 20대 학생들의 사회적, 내면적 고충이 늘고 있는 요즈음, 센터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을 것 같습니다. e생생 학생센터가 어떤 계기로 설립되었는지, 센터의 주된 업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 전기정보공학부 학생들이 매년 1명씩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성적이 부진한 학생, 지금까지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학생,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 과정을 잘 마치고 미국 명문대로 유학을 간 학생 등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던 청년들이었어요.
이에 전기정보공학부는 학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상담센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e생생 학생센터’를 설치했어요. 학부 단위의 센터이지만 상근하는 심리 상담사와 전담 직원도 배치하고 적극적으로 운영했죠. 저희는 모니터링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선제적으로 찾아낸 뒤 심리 상담, 진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대학원생은 연구실에서 지도교수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층 상담을 통해 진로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Q. 오랫동안 센터장으로 일하셨던 교수님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털어놓기 힘들었을 학생들의 사연들을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그 과정에서 느끼신 점들, 교수님이 오랫동안 센터에서 봉사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알다시피 고등학교에서 최상위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서울대 학부에 입학해요. 이때까지는 공부를 잘하는 맛에 더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리그가 바뀐 대학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오직 일부만이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죠. 그러면 나머지 학생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공부를 잘하질 못하니 학습에 집중을 못하고, 이내 적성과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요. 서울대에 입학할 때는 최상위 그룹의 자부심으로 눈빛이 반짝였지만, 점차 눈빛의 총기가 없어지고 자신감도 사라지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밟은 끝에, 이제는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어려워진 학생들을 숱하게 접하며 많은 안타까움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끄는 ‘e생생 학생센터’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도 자신만의 재능을 끈기있게 발휘하면서,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누리도록 도울 때 센터장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큰 보람을 느끼고 원동력을 얻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예전처럼 반짝이는 눈빛은 아니지만 안정감 있는 눈빛을 갖고, 평범한 삶을 받아들이며 건강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새삼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없이 귀하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Q. 이제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발자취는 학생들 뿐 아니라, 서울공대의 후배 교수들에게도 든든한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치열하게 교육과 연구에 매진 중인 후배 교수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을 남겨주세요.
교수에게 있어 교육과 연구는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후배 교수들에게 그 둘은 많이 다를 뿐 아니라, 교육도 연구 못지않게 가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경쟁 속에서 남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내놓는 게 연구라면, 교육은 학생이 참된 사람이 되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는 교수님들이 마음을 다해 집중하기 쉬운 반면, 그러한 성과가 금방 보이지 않는 교육은 지속적으로 힘을 쏟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교육에서 중시하는 학생의 인성은 능력이 아닌 자세의 문제인 만큼, 교수님이 자랑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죠.
하지만 학생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알아가도록 하는 게 우리 교육의 목표라면, 교수가 먼저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학생들의 능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항상 즐기면서 지도하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학생을 귀하게 여기고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교수님의 모습을 통해 학생들도 진정 귀한 것,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아갈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자들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으로 길러내는 교육도 새로운 연구 결과를 창출하는 연구만큼이나 재미있고 보람차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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