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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프로그램 후기

[교환학생] TU Graz 교환학생 활동보고서

  • 작성자

    김승주

  • 등록일

    2018.03.08

  • 조회수

    1,831

교환학생 활동 보고서
 
재료공학부 12학번 김승주
 
지금 생각해보면 최대한 빨리 졸업을 해서 취업을 준비하고 고시에 매진하는 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졸업을 1년 미루고 해외에서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선택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금 그 6개월 동안 오스트리아 TU Graz에서 살아보지 못했다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점들을 이 글을 읽으시며 교환을 갈지 말지 고민하시는 학우 분들과 어디로 가면 좋을지 고민하시는 교환준비생 분들, 마지막으로 이 선택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신 동문 분들에게 쓰고자 합니다. 앞서 많은 교환 학생 선배 분들이 좋은 정보와 절차 및 과정을 상세히 적어놓아서 그것보단 제가 생각하고 경험한 바를 전달하는 데에 목적을 두겠습니다.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 (교환을 고민하기 전부터 출국까지)
 
4학년 1학기까지 졸업논문을 포함해 127학점까지 마친 상태로 2학기에 열리는 전필인 3학점만 들으면 졸업인 제가 교환을 선택하기까지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만약 6개월을 다녀온다면 1학기는 휴학을 하거나 시간적으로 공백기를 가지고 2학기에 3학점을 들으면서 졸업한다는 것이 당시 1년 간 미국 인턴 기회도 같이 주어졌던 제겐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인생의 낭비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일하는 것이 아닌 학생으로서 여유롭고 생활비용도 훨씬 저렴하면서 어릴 적 제 자신이 꼭 살아보고 싶었던 유럽이 더 크게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이 졸업 이후에 가보지 못한 여행을 갈망하며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다 지쳐 모든 것을 그만두고 홀연히 해외로 떠나는 것이 내 삶의 최선의 도피처인양 생각하지 말고 정말 좋은지,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지 졸업 전에 보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 중 오스트리아를 결정하게 된 것은 TOFEL 점수만 가지고 지원할 수 있는 학교들 중 intensive 과정이 있어 매주 수업을 가지 않고 짧은 기간 동안만 수업을 들으면 나머지 시간엔 여행하고 경험하기 최적의 시스템이라는 것과 다양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여행하기 좋다는 점, 서유럽에 비해 물가가 싸다는 점이 큰 메리트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이후 급하게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서울역 근처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은 후 수업과정을 알아보니 제 전공인 재료공학이 이 학교에선 학사과정이 아닌 석사과정이라 들을 수 있는 과목이 생각보다 한정적이고, 독일어 문화권이기에 언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부딪혀보자는 스스로의 다짐과 함께 다소 결연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수업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스누버디 활동을 1년간 했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에도 마찬가지로 교환학생들을 도와주는 버디 친구들 ESN이란 이름으로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라츠 공항에서 숙소까지 길을 전혀 모르고 커다란 이민가방에 무거운 배낭까지 메고 있었지만 픽업버디의 도움으로 쉽게 제가 살았던 Steyregasse에 갈 수 있었습니다.
재료공학부는 TU Graz에 학사과정이 없어서 저는 Chemical Engineering 과정으로 신청했지만 학사과정 대부분의 수업이 독일어로 열리는 바람에 저는 영어로 열리는 재료공학 대학원과정 수업과 공대생을 위한 영어수업, 그리고 공장을 방문해서 실제로 실습해보는 수업 위주로 들었습니다. 기계나 전기, 화학을 배우고 석사를 재료공학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전부이기에 석사 1학년 2학년 수업 대부분이 서울대학교 1학년 2학년 수업의 수준과 비슷했고 TU Graz에서는 수업에서 F를 받더라도 패스할 때까지 시험을 계속 칠 수 있게 기회를 주며 F는 그 어떤 공문서상에 기록되지 않는 교육시스템이었습니다. 수강신청 역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과목마다 수강신청 기간이 다르고 Lecture과목인 VO 유형의 경우 출석을 한 번도 하지 않아도 시험을 등록하지 않으면 아예 신청을 하지 않은 것처럼 처리해주고 시험을 등록해서 본 시험 점수가 기준 점수보다 높으면 학점을 부여하는 검정시험에 가까운 시스템이어서 배움의 기회가 다양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범위가 깊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학생들은 졸업의 기준이 들어야하는 마지막 과목의 기말고사 점수가 F만 넘는 시점이어서 뜬금없이 11월에 졸업했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저 또한 제 전공만 관련된 수업이 아니라 산업현장을 방문해서 4차 산업혁명의 기능적 요소들을 접목시킨 생산설비라인을 기획해보고 실습하는 수업과, 공대생들을 위한 영어수업뿐만 아니라 문과대학인 Uni Graz에서 영어교육과 학생들이 듣는 발음 교정 수업까지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라츠에는 평생생활체육이 잘 자리 잡고 있어서 학점은 아니지만 USI 라는 프로그램으로 대학생부터 노인층까지 200여개가 넘는 체육과목을 20~30유로로 저렴한 가격에 저녁시간을 활용해서 배웁니다. 스킨스쿠버, 패러글라이딩이 가장 인기가 많고 한국에서 하는 온라인 수강신청으로 50%, 새벽 6시부터 신청하는 오프라인이 50%로 신청 받는데 밤을 새서 줄을 서서 체육과목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사격과 서킷트레이닝, 재즈댄스와 탁구 그리고 펜싱을 배웠는데 우리나라의 여가생활과는 달리 남녀구분도 없이, 나이도 상관없이 자신이 배우고 싶은 운동이든 공부에 접근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기에 누리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학원과 직장, 도서관에서 우리의 저녁시간을 보내며 살아가는 삶과 굉장히 대비되어 보였습니다. 여성분들은 필라테스와 요가, 스포츠마사지를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문화의 차이
 
처음에 가장 놀랐던 점은 저녁 7~8시 이후엔 마트와 쇼핑몰이 문을 닫고 일찍 퇴근해서 먹을 것이 떨어지면 다음날까지 굶어야 하며 일요일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쉰다는 것입니다. 24시간 편의점이 도처에 널려있고 야식으로 치킨이 배달이 오는 삶이 익숙한 제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일과 여유로움을 병행할 줄 아는 이들의 삶에 불편함을 넘어서 큰 장점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는 중고자전거를 페이스북 그룹과 willhaben이라는 현지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구매해서 트램권을 사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그라츠 시내 구석구석을 누볐습니다. 흔히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달리는 것이 위험해보였지만 그라츠에선 자전거를 자동차와 같이 보기 때문에 전후방 전조등을 다는 것이 필수이며 좌회전 우회전 신호도 차와 같이 지키며 따라갑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자전거를 구해서 다니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여행
 
저는 개인적으로 여행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으로서의 신분뿐만 아니라 유럽 현지 대학을 다닌다는 점이 주는 다양한 혜택들을 많이 누리고 더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럽 내에서 이동하는 비용이 대부분 10만원 이내여서 수업이 없는 주말이나 3주가 넘는 크리스마스 방학을 활용하여 22개국 50개의 유럽도시를 여행하고 또 모로코와 터키도 다녀올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여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추억들, 같이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들과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제게 가장 빛나는 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에 둘도 없을 소중한 기회를 주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동문 선배님들과 학교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교환학생을 고민하시는 학우분이시라면 인생의 한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추천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