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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이론에 머문 플라스틱 '섞임' 현상, 서울대 김소연·김경택 교수 공동연구팀이 첫 확인

  • 작성자

    대외협력실

  • 등록일

    2026.09.11.

  • 조회수

    4

40년간 이론에 머문 플라스틱 '섞임' 현상서울대 김소연·김경택 교수 공동연구팀이 첫 확인

- 화학 성분 그대로 두고 고리형 고분자로 계면 혼합 폭 2.6배 높여

- 40년간 이론으로 남은 '위상학적 엔트로피' 효과, 실제 고분자 계면에서 첫 관측

- 국제학술지 ACS Central Science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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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성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박사(단독 제1저자), 김경택 서울대 화학부 교수(공동 교신저자), 김소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공동 교신저자)

 

40년 동안 이론으로만 예측됐던 플라스틱 층 사이의 '섞임' 현상이 실제로 확인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김소연 교수 연구팀과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김경택 교수 연구팀은 분자의 화학 성분은 그대로 둔 채 실처럼 생긴 고분자를 고리 모양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잘 섞이지 않던 두 플라스틱 층의 경계면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연구팀은 분자량, 즉 사슬 길이가 같은 조건에서 선형 고분자와 고리형 고분자의 계면 혼화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선형 고분자끼리 조합했을 때 계면 혼합 폭은 1.9 nm였지만, 한쪽 고분자를 고리형으로 바꾸자 5.0 nm로 약 2.6배 증가했다. 고분자의 연결 형태인 '위상(topology)'만으로 계면의 섞임을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인 것이다.

 

이번 연구는 약 40년 전 이론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기됐던 '위상학적 엔트로피(topological entropy)' 효과를 실제 고분자 계면에서 직접 관측한 첫 사례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ACS Central Science에 게재됐다.

 

플라스틱 제품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고분자 층을 겹쳐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식품 포장재와 기능성 필름, 디스플레이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고분자 층이 계면에서 얼마나 잘 섞이는지는 층간 접착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며, 계면 혼화성이 낮으면 층이 들뜨거나 벗겨져 차단 성능과 내구성이 저하될 수 있다.

 

화학적으로 같은 고분자라도 분자량 차이가 크면 잘 섞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짧은 고분자 사슬이 긴 사슬 사이로 들어갈 때 형태가 제한되는 대가인 형태 엔트로피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섞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다층 필름이나 코팅에서는 층간 접착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상용화제(접착 매개 물질)를 첨가하는 방식이 활용돼 왔다.

 

연구팀은 끝이 연결된 고리형 고분자에 주목했다. 고리형 고분자가 선형 고분자와 만날 때 긴 실이 고리 안을 통과하는 것처럼 서로 얽히는 '스레딩(threading)' 현상이 일어나면, 분자들이 배열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나 계면 혼화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1986년 케이츠(Cates)와 도이치(Deutsch)에 의해 제시된 바 있다. 이를 위상학적 엔트로피 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순도 높은 고리형 고분자를 합성하기 어렵고, 엔트로피 효과만을 분리해 측정하기가 까다로워 실제 계면에서 이를 직접 입증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고분자 계면 확산의 모식도.

실 모양(선형) 고분자끼리는 화학 성분이 같아도 경계면이 섞이지 않지만(왼쪽), 한쪽을 고리 모양으로 바꾸면 실이 고리를 꿰뚫는 '스레딩' 효과로 경계면이 넓게 섞인다(오른쪽). 두 경우의 유일한 차이는 분자의 위상(topology)뿐이다.

 

연구팀은 김경택 교수팀의 정밀 합성 기술을 활용해 분자 하나하나의 길이가 균일한 선형·고리형 폴리락타이드(PLA·생분해성 플라스틱)를 합성했다. 이를 분자량이 더 큰 중수소 치환 PLA 박막 위에 쌓아 이중층 필름을 만들고,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HANARO) 연구용 원자로의 REF-V 중성자 반사율 측정 장치를 이용해 두 층의 경계면이 섞이는 정도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측정했다.

 

연구진은 화학 성분이나 열처리 조건이 아니라 오직 고분자의 모양이 만드는 효과만을 분리해 확인하기 위해, 사슬 길이가 같은 선형·고리형 고분자를 비교하고 계면 확산이 시간에 따라 더 이상 변하지 않는 평형 상태에 도달했는지도 검증했다. 또한 중성자 반사율 측정을 위해 사용한 수소·중수소 치환 자체가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닌지 별도의 젖음 실험으로 검증해, 관찰된 차이가 분자의 위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보다 뚜렷했다. 선형 고분자끼리는 화학 성분이 같음에도 계면이 거의 섞이지 않았지만, 한쪽을 고리형으로 바꾸자 계면 혼합 폭이 1.9nm에서 5.0nm로 약 2.6배 증가했다. 또한 계면 혼화성을 나타내는 유효 상호작용 계수(χeff)를 분석한 결과, 고리형 구조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단순히 분자 사슬 길이를 두 배 늘리는 것보다 약 22배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두 효과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하기 위한 반정량적 지표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화학적으로 같은 고분자끼리도 위쪽 막이 아래층을 제대로 덮지 못하고 수축하거나 갈라지는 '자기혐오 젖음 불안정(autophobic dewetting)' 현상에서도 위상 효과를 확인했다. 짧은 선형 고분자는 고분자량 PLA 위에서 막이 오그라들며 불안정해졌지만, 같은 길이의 고리형 고분자는 안정적인 막을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성분과 물성은 그대로 두면서 분자의 '모양'만으로 플라스틱 계면의 혼화성과 안정성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향후 이 원리가 다양한 고분자와 가공 조건에서도 확인될 경우, 별도의 화학적 상용화제를 추가하지 않고도 이러한 계면을 안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최근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범용 고분자의 고리형 구조를 합성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 이번 원리가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에 적용될 경우 포장재·기능성 필름과 재활용·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계면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고리형 PLA로 위상 효과의 기본 원리를 검증한 단계인 만큼, 실제 산업 적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고분자와 가공 조건에서 효과의 재현성 및 접착 강도·장기 내구성 향상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를 지도한 김소연 교수는 "화학 구조를 전혀 바꾸지 않고 분자의 모양만으로 섞이지 않던 계면을 섞이게 만들 수 있다는 40년 된 이론 예측을 실험으로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이번 연구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의 중성자 반사율 측정 장치가 위상 효과를 직접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경택 교수는 "분자량이 정밀하게 제어된 고리형 고분자 합성 기술이 있었기에 위상 효과만을 깨끗하게 분리해 관측할 수 있었다""향후 범용 고분자로 연구를 확장해 계면 공학의 새로운 도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저자인 김성은 박사는 한국연구재단 박사후국내연수 사업에 선정돼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열계면소재(thermal interface material, TIM)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이번 연구에서 축적한 계면의 분자 구조가 물질의 거시적 성능을 좌우한다는 관점과 계면 분석 경험을 열전달 소재 연구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전자소자에서 열이 전달되는 재료 간 계면의 구조와 상호작용이 열전달 성능 및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성능 열계면소재의 계면 설계 전략을 개발하는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지원사업(NRF-2021R1A2C2007339, RS-2026-25473503)과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SRFC-MA2201-02)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중성자 반사율 실험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HANARO) REF-V 반사율 측정 장치를 이용해 이루어졌다.

 

 

[참고 자료]

- 논문명/저널 : Direct Observation of Topologically Enhanced Interfacial Miscibility in RingLinear Polymers, ACS Central Science

- DOI : 10.1021/acscentsci.6c00828

 

[문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연성소재나노물리 연구실 김소연 교수 / soyounkim@snu.ac.kr

담당부서대외협력실

전화번호880-9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