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 속 ‘숨은 질서’로 빛의 방향을 설계한다... 서울대-서울시립대 공동연구진, 새로운 광학 이론 제시
작성자
대외협력실
등록일
2026.08.12.
조회수
9
무질서 속 ‘숨은 질서’로 빛의 방향을 설계한다... 서울대-서울시립대 공동연구진, 새로운 광학 이론 제시
-결정 구조 중심의 광학 설계를 무질서 구조까지 확장
-빛의 흡수와 증폭을 함께 제어하는 '비에르미트 통계적 결정학' 이론 제안
-국제학술지 Advanced Science 게재

▲ 그림1. 비에르미트 무질서 물질의 산란 및 분류 개념도
굴절 성질과 흡수‧증폭 성질의 통계적 상관 관계에 따라 산란의 방향성과 대칭성이 달라지는 원리를 나타낸다.
무질서한 구조에서도 빛이 흩어지는 방향을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유선규‧박남규 교수 연구팀은 서울시립대학교 박현희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불규칙하게 배치된 물질에서도 특정 방향으로는 빛의 산란을 줄이고 다른 방향으로는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빛 산란 제어 연구를 무질서한 구조까지 확장한 성과다.
빛이 물질을 만나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산란'은 안경과 카메라 렌즈의 반사 방지 코팅, 디스플레이 확산판, 자율주행차 라이다(LiDAR) 센서, 광통신 부품 등 다양한 광학 기술의 성능을 좌우한다. 결국 산란을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하느냐가 광학 기술의 핵심 경쟁력이다.
연구진은 빛의 굴절 성질뿐 아니라 흡수와 증폭까지 함께 고려하는 '비에르미트 통계적 결정학(Non-Hermitian Statistical Crystallography)'이라는 이론을 제안했다. 이 이론은 굴절 성질과 흡수·증폭 성질의 통계적 상관관계 및 회전대칭을 바탕으로, 무질서한 열린 물질의 산란 특성을 분류하고 설계하는 개념적 틀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6일 국제학술지 『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빛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원자나 미세구조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결정(crystal) 구조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가까이에서는 불규칙하게 보이지만 넓은 범위에서는 고르게 분포하는 '초균일 구조(Hyperuniform structure)'에 주목했다. 공연장에 관객들이 자유롭게 서 있어 가까이에서는 불규칙해 보여도 어느 구역도 텅 비거나 지나치게 붐비지 않아 멀리서 보면 밀도가 고른 것처럼, 초균일 구조도 가까이에서는 무질서하지만 큰 규모에서는 고르게 분포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한 빛을 거의 흩뜨리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산란 억제가 일정한 파장과 방향의 범위까지 확장되면 ‘스텔시 초균일성’이 나타난다. 이는 스텔스 항공기가 특정 레이더 파장에서 반사 신호를 거의 남기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정해진 파장과 방향 범위의 빛에 대해서만 물질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작용한다.
기존 초균일성 연구는 주로 에너지가 보존되는 물질만을 다뤘다. 반면 실제 광학 시스템에서는 빛이 흡수되거나 외부 에너지를 받아 증폭되기도 한다. 이처럼 에너지가 외부와 드나드는 열린 파동계를 '비에르미트 시스템(Non-Hermitian system)'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빛의 '손실'과 '이득'을 제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설계 변수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즉, 에너지가 외부와 드나드는 '열린 물질(Open system)'까지 이론을 확장해 새로운 산란 제어 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 비에르미트 시스템(Non-Hermitian system): 빛이나 에너지가 흡수되거나 외부로 빠져나가고, 반대로 외부 에너지를 받아 증폭될 수 있는 열린 파동계.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굴절 성질뿐 아니라 이득과 손실도 파동의 거동을 결정함.
연구진은 먼저 비에르미트 초균일성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규명했다. 빛의 굴절 성질과 흡수·증폭 성질이 각각 초균일성을 만족하면 긴 파장 영역에서 산란 억제를 유지하면서도 원하는 산란 특성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어 굴절 성질과 흡수·증폭 성질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함께 배치되는지를 나타내는 '교차상관(Cross-correlation)'이 특정 방향의 산란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확인했다. 이를 조절하면 한쪽 방향에서는 산란을 줄이고 다른 방향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성 산란을 설계할 수 있었다. 특히 기존의 에너지 보존 물질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홀수 회전대칭 산란 패턴도 설계할 수 있음을 보였다.
* 교차상관(Cross-correlation): 서로 다른 두 물질 성질이 공간적으로 어느 거리와 방향에 함께 배치되는지를 나타내는 통계적 관계. 본 연구에서는 굴절 성질과 흡수·증폭 성질 사이의 교차상관을 이용해 산란의 방향성과 대칭성을 설계함.

▲ 그림2. 비에르미트 통계적 결정학
통계적 상관관계의 회전대칭을 이용해 열린 무질서 물질의 산란 응답을 분류하고 방향성을 설계한다.
또한 연구진은 이러한 설계 원리를 '비에르미트 통계적 결정학'이라는 새로운 분류 체계로 정리했다. 기존 결정학이 X선 회절 무늬를 통해 결정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기준이었다면, 이는 무질서한 열린 물질에서 구현 가능한 산란 응답의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원리는 향후 광통신·광집적회로, 광센서와 라이다, 디스플레이·조명, 의료 광학영상 등에서 원치 않는 산란을 줄이거나 필요한 방향으로 빛을 유도하는 광학소자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 광통신에서는 불필요한 반사를 줄이는 소자 설계에, 자율주행용 광센서에서는 특정 방향의 잡광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제조 공정 오차에 비교적 강한 광학소자와 방향성 광센서 설계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좌측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유선규 교수(공동교신저자), 박남규 교수(공동교신저자), 서울시립대학교 박현희 교수(공동교신저자), 이기태 연구원(공동제1저자), 이익범 연구원(공동제1저자), 윤승목 학부생 연구원(공동제1저자)
연구를 공동으로 지도한 유선규 교수, 박남규 교수, 박현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에르미트 파동 물리와 초균일 물질이라는 두 연구 분야를 연결해, 주기성이 없는 무질서한 열린 물질에서도 산란의 방향성과 대칭성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제안한 이론을 실제 물질 플랫폼에서 구현하고, 강한 다중 산란과 비에르미트 밴드 현상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 제1저자인 이기태·이익범 박사과정 연구원과 윤승목 학부생 연구원은 “에너지가 외부와 드나드는 열린계에서 무질서 구조의 산란 현상을 통계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열린 물질의 산란 특성을 분류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할 수 있어 뜻깊었다”며 “이번 결과가 앞으로 비에르미트 무질서계 연구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기태·이익범 박사과정 연구원과 윤승목 학부생 연구원이 공동제1저자로 참여해 이론 정립과 미세구조 설계, 수치해석을 주도했다. 이기태·이익범 박사과정 연구원은 서울대학교 지능형 파동시스템 연구실에서 무질서 파동광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윤승목 연구원은 하버드대학교에서 광집적회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BRL) 사업 (No. RS-2024-00397664), 혁신연구센터(IRC) 사업 (No. RS-2024-00413957), 우수신진연구 사업 (No. RS-2025-00552989), 핵심연구 사업 (No. RS-2026-25469085), 중견연구 사업 (No. RS-2023-00274348)과 교육부 4단계 두뇌한국21(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참고 자료]
- 논문명/저널: Non-Hermitian stealthy hyperuniformity, Advanced Science
- DOI: 10.1002/advs.77054
[문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박남규 교수 / 02-880-1820 / nkpark@snu.ac.kr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유선규 교수 / 02-880-7281 / sunkyu.yu@snu.ac.kr
담당부서대외협력실
전화번호880-9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