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의 사람들
참가 부문
학과
건축학과/건축학부 (복수전공)
팀명
물가의 친구들
신청자 이름
문주현
고등학생이던 때, 화장실은 내가 유일하게 울 수 있는 장소였다. 내 방에 들어가도 룸메이트가 있던 기숙사에서, 화장실은 유일하게 잠글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작년에 노숙인 다큐를 몇 개 보았다. 그 속에 꽤 많은 화장실 장면이 있었다. 서울역 청소노동자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화장실 한 칸을 잠그고 자고, 두세 명씩 들어가기도 하고, 컵라면을 먹고, 세면대에서 씻고, 빨래를 한다고 말해주었다. 노출된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잠글 수 있는 곳이 화장실이겠다 생각하였다.
그 뒤로 나는 서울시 다시서기 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노숙인 아웃리치 활동을 12개월째 하고 있다. 아웃리치란 대상자가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는 구호, 상담 활동인데, 코스가 모두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짜여진다는 것을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
지하철역은 비유로서도, 현실로서도, 실체로서도 물가라 할 수 있다. 과거 인류가 지구의 강가에 모여 살듯이, 현대의 인류는 인프라의 강에 모여 산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 누구보다도 직접적으로 붙어 생존하는 노숙인들이 있다. 그들에게 역의 화장실은 상하수도가 연결되어 있는, 최소한으로 씻고, 쌀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 옆에는 실제 지하수가 있고, 지하철역에서는 매일 상당한 양의 지하유출수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역의 지하유출수를 이용해 누구나 씻을 수 있는 물가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공중화장실이 당연한 인프라이고 복지이듯, 누구든 잠그고 씻을 수 있는 한 칸의 공간, 나아가서는 그 한 칸을 열고 나감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섞일 수 있는 공간이 이 세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앉았더니 옆자리 사람이 일어나는 걸 본 노숙인도. 집에 욕실이 없거나 문제가 있는 취약계층도. 위생상태로 놀림 받거나 혼난 초등학생도. 술 마시고 토한 어른도. 실례한 아이와 부모도. 피로를 풀고 싶은 직장인도. 수다 떨 곳이 없는 동네 어르신도. 머리 못 감고 나온 건축학과 학생도. 땀, 비, 추위에 젖은 지구별 여행자도.
모두 물가의 사람들!
담당부서학생행정실
전화번호880-2277